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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Escape from Mogadishu, 2021

by 느느팀 2024. 1. 19.

모가디슈 포스터

해적의 국가 소말리아

 소말리아 하면 가정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해적의 나라이다. 해적이 그렇게 창궐하게 된 이유를 이 영화에서 담고 있는데, 소말리아는 2차 세계대전 시기까지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가 그러했듯이 제국주의적 침탈을 당한 나라이다. 그 과정에서 시아드 바레는 군부 쿠테타로 22년간 권력을 잡게 된다. 1991년 총 22년의 권력 독재 체제가 아이디드가 이끄는 통일소말리아협회의 시위와 반군 등에 의해서 끝나는 이야기를 모가디슈가 담고 있다. 1993년 배경의 <블랙호크다운>에 보면 반군들이 정권을 장악해서 새로운 정부를 만들게 되는데, 내전을 막는다는 명목하에 파견된 UN군과 소말리아 민병대 사이에서 모가디슈 전투가 일어나게 된다. 모든 것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끊임없는 내전에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는 소말리아.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구책이자 반항으로 소말리아 해적들이 창궐하게 되었다. 

 

프로덕션의 힘

 모가디슈를 더 놀랍게 만들어주는 것은 프로덕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감독이나 배우 혼자의 힘이 아닌 프로덕션 전반의 우수함이 만들어낸 영화이다. 이런 정도 규모의 영화를 안정성 있게 만들려면 그 나라의 영화계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한국 영화계의 시스템과 완성도를 제대로 확립되어 있다는 파워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보여준다.

 수많은 야외장면서 300여 명에 달하는 보조 출연자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촬영을 위해 모로코로 오게 된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장면을 담는 것이 아닌 거대한 규모의 혼란 속에서 수많은 보조 출연자를 통해 표현되는 내전 상황에 대한 설정을 정교한 방식으로 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정돈된 제작 방식으로 혼란스러운 상황과 현장감을 동시에 잘 살려냈다.

 일반적인 액션 영화에서는 적의 공격에 대한 반격 장면이 등장한다. 반면 모가디슈 후반부에서는 탈출하는 사람이 일반 대사관 직원이기 때문에, 반격 없이 적의 공격에 대한 반응으로 이끌어가는 액션이 연출된다. 오롯이 피하고 당하기만 한다. 모래주머니를 매단 차, 수많은 책으로 덮인 차를 활용해서 방어만 하면서 탈출하는데, 기존의 자동차 액션과는 다른 신선함을 준다. 이렇듯 영화 후반부를 이끌어가는 장대한 메인 액션 장면은 대응이 아닌 반응에 있다. 

 당하기만 하다 보니 장르적 액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기 위해 영화 중반에 남과 북의 두 젊은 참사관 사이의 대립을 보여주는데, 반응 위주의 액션으로 영화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비교적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 

 

오월동주, 남북동주

 주요 인물이 활약을 하면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위주의 영화가 아닌 모가디슈.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 힘을 합쳐 탈출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중심인물을 조명하기 보다는 배우들 간의 합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한신성 대사(김윤석)는 영화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과 등장인물의 양심, 한계 등을 전체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한신성 대사는 그렇게 훌륭한 인물이 아닌 것이, 이제 귀국이 조금밖에 남지 않은 현실에서 대단한 업적을 세우기보다는 사고 같은 게 없었으면 하는 평범하고 소심한 공무원 캐릭터이다. 본국에서 안기부 출신의 강대진 참사관(조인성)을 새로운 인력으로 투입하게 되는데, 1991년 당시 시대상으로 참사관은 안기부 출신이기 때문에 부하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좌파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 왼손잡이임에도 왼손을 쓰지 않는 소심한 캐릭터 이다. 그런 소심함과 한계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심과 인간성을 갖고 있다. 평범한 인물이 가진 한계 때문에 위대한 결정이나 결단이 더 위대해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소재 자체가 1991년 목숨을 건 탈출극 이야기인 만큼, 인물보다는 서사가 중심이 되는 소재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묻히기 쉬운 각각의 개성을 살린 한국 대사관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 반면에 북한 대사관의 캐릭터들은 한국 캐릭터들에 비해 평면적으로 그려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남과 북의 미묘한 감정에서 나오는 동포애를 느껴 볼 수 있겠다.

  오월동주는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뜻 인데,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이해 때문에 뭉치는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적이면서 같은 민족인 남과 북은 생존을 위해 서로가 필요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반군의 습격을 받고 중국 대사관으로 가려다가 통행증이 없고, 위험한 상황에 이르자 한국 대사관으로 피신을 오게 된다. 직전까지는 한국의 UN 가입을 두고 외교적으로 마찰이 있었던 두 대사관이었지만, 생존의 문제에 맞닥뜨리며 서로 돕게 된다. 양측의 식사 장면에서 아주 재미있는 묘사가 나오는데, 남측의 대사 부인이 깻잎을 집어들고 북측의 대사 부인이 깻잎 떼는 것을 도와주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 인슐린까지 모두 빼앗긴 북한 대사를 위해 남측 대사의 인슐린을 제공해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서로의 처지는 다르지만 같은 상황에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남과 북이라는 묘사를 남북이 분단으로 함께 겪고 있는 고통으로 대입해 본다면 의미가 남다를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국가적인 정세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를 모른 척 하며 바라보는 장면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