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는 어디에서 왔을까?
15세기 북이탈리아에서는 지중해 무역을 중심으로 부유해지고 예술이 발달하게 되는데, 코미디아 델 아르테라는 즉흥적인 극형식에 광대 캐릭터들이 모두 등장했다고 한다. 그것이 프랑스로 넘어와 <피에로 질, 1718>이라는 작품이 만들어지고, 코미디아 델 아르데의 등장인물인 아를레키노가 영국으로 넘어가 할리퀸으로 불리게 된다. 코미디아 델 아르테는 미국에서는 점차 스탠딩 코미디라는 형태로 변형되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세상에서 가장 고통받는 동물이 웃음을 발명했다'라고 했음을 미루어 보았을 때, 고통과 웃음은 정반대의 개념이면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커의 형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 근원은 광대라고 할 수 있겠다. 초기의 광대들은 권위를 공격해서 웃음을 만들었다. 금기를 부수고 질서를 허물면서 웃겼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탈을 쓰고 위정자들을 풍자하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로 오게 될수록 광대의 권위나 풍자적인 면모보다는 슬픈 면이 강조된다. 그 이유는 광대 스스로가 일반인들보다 낮은 수준에 있는 바보임을 드러내면서 사람들을 웃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르는 어릿광대라는 것 자체에 어리석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커라는 캐릭터는 어디에서 탄생했을까? 누구나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트럼프 카드를 보면 조커가 들어있다. 원래의 트럼프 카드에는 조커가 없었다고 한다. 19세기 중반에 누군가가 조커 카드를 끼워서 팔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조커는 카드 게임에서 와일드카드 개념으로 아무 카드나 다 되는 카드로 사용되어 상황을 뒤집는데, 그것이 DC 조커의 이미지와 굉장히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DC에서 엄청난 빌런인 조커는 이번 영화에서 아서 플렉의 망상일 수도 있고 실제일 수 있는 설정을 통해서 존재의 기원에 관한 하나의 힌트를 제공한다. 아서는 어머니 페니 플렉의 편지를 몰래 읽던 도중 토머스 웨인과 내연관계였으며, 아서가 토마스 웨인의 아들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음을 발견한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토머스 웨인을 찾아가지만, 오히려 페니가 정신질환 환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캄 정신병원에서 어머니의 진료기록을 확인한 아서는 페니가 정신질환자였으며 오히려 그로 인해 자신이 학대당하고 병을 얻어,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나중에 페니의 젊은 시절 사진에서 T.W의 메모를 발견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거짓인지 실제인지 관객들로 하여금 열린 해석을 하게끔 한다. 친아들이 맞다고 한다면 서로 적대관계인 배트맨과 조커는 한 핏줄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이 완성되기도 한다.
역대 조커 특징
장편영화로만 치면 5명의 조커가 있었는데, 1대는 <배트맨 더 무비 Batman: The Movie, 1966>에서 시저 로매로라는 배우가 연기를 했었다. 2대는 그로부터 23년 후 팀 버튼이 제작한 <배트맨 Batman, 1989>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잭 니콜슨이 조커를 연기하게 된다. 3대는 또 그로부터 19년 후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에서 히스레저가 나오게 되고, 4대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에서 자레드 레토가 조커를 맡았으며, 5대는 가장 최근에 <조커 Joker, 2019>에서 조커 주인공의 영화로 호와킨 피닉스가 맡게 되었다.
잭 니콜슨의 조커를 보면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영화답게 배우 자체가 만화에 빠져들어 만화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연기 자체를 즐겁게 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일반적인 조커 연기와 그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는 그 캐릭터에 인격적인 요소를 불어넣어서 개성을 부각하는 연기를 한다고 볼 수 있는데,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를 보고 있으면 다크 나이트의 철학적인 요소나, 전체를 관장하고 있는 '악(惡)'이라는 관념 그 자체를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4대 자레트 레토는 1대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조커에 비해 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놀림을 받기도 하는데, 사실 자레드 레토는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인물이기에 억울할 법도 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자체가 망한 작품이기 때문에 욕을 더 먹기도 하지만, 영화상 인물의 설정 자체가 과한 면이 있었기에 연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그저 또라이인 조커 자체를 연기했다고 할 수 있겠다. 5대 호와킨 피닉스의 조커는 조커가 배트맨에서의 조연이 아닌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조커의 심리적인 요소를 가장 깊게 다룰 수 있었고, 조커에 이입한 호와킨 피닉스의 연기가 그야말로 미친 연기라고 볼 수 있겠다.
1대 : 시저 로매로 <배트맨 더 무비 Batman: The Movie, 1966>
2대 : 잭 니콜슨 <배트맨 Batman, 1989>
3대 : 히스 레저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4대 : 자레드 레토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5대 : 호와킨 피닉스 <조커 Joker, 2019>
각성한 조커, 조커 2에서 함께 정신병을 공유하다
2019년 개봉한 조커에서 아서 플렉은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자신도 병이 있는 와중에 광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의 꿈은 코미디언이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골탕의 대상이었는데 호신용 권총을 건네받고 일하던 중 발각되며 광대 회사에서도 해고당하게 된다. 지하철에서 취객들에게 당하던 아서 플렉은 소지하고 있던 총을 뽑아 그들을 살해한다. 각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짐을 정리하러 간 회사에서도 터프한 면모를 보여주며 이웃집 여자인 소피에게도 남자다운 면모를 보인다.
지하철 살인사건 때문에 고담시의 시민들도 각성하게 되어 광대 분장을 한 시위대로 혼란을 겪고 있다. 한편, 아서는 국가의 지원으로 상담을 받는 프로그램에서 복지사에게 화를 내기도 하는데, 시의 지원이 끊기면서 상담과 약물 치료의 길이 막히게 된다.
약을 먹지 못해서인지 점점 각성하게 되는데, 도전한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소피의 도움을 받아 성공하게 되는 한편, 건강이 악화된 어머니 페니 플랙을 돌보다가 위에 언급한 토마스 웨인과의 관계와 자신을 학대한 사실을 알게 된다. 슬픔을 위로받기 위해서 연인인 소피를 찾아가지만, 연인 소피는 자신의 망상이었음을 깨닫고 조커로 완전히 각성하게 된다.
베개로 페니를 질식사시키고 페니로부터 해방됨과 동시에 머레이 쇼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할 것을 계획한다. 쇼 출연을 준비하던 중에 광대 회사 친구들이 방문하게 되는데, 그들도 무참히 살해한다. 그리고 머레이 쇼에 출현한 아서는 본인을 조커로 소개해달라고 하고 계획을 실행하려 했으나, 계획과는 달리 진행자인 머레이를 살인하게 된다. 인기 TV쇼이며 생방송으로 송출되던 것을 보던 시민들은 조커의 살인을 보고 더욱 흥분하며 고담시를 광란과 혼돈의 도가니로 만든다. 이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배트맨 시리즈에 늘 등장하는 브루스 웨인 부부의 피해 장면도 등장하게 된다.
아서는 정신병원으로 묘사되는 병원에서 아서가 상담을 받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데, 조커 2의 부제가 폴리아되( Folie à deux) 이다. 이는 프랑스어로 공유정신병적 장애로 해석되는데, 정신의학 용어다. 조커의 정신병적 광기가 할리퀸에게 동화되어 그의 조력자로 할리퀸과 조커가 고담시를 광기로 이끄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커 2는 뮤지컬 형식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할리퀸의 배역은 레이디가가가 맡았다. 그녀는 가수로서 이미 검증된 실력자이며, 연기자로서도 <하우스 오브 구찌> 등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조커에서의 심리묘사와 호와킨 피닉스의 연기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과연 조커 2에서 어떤 방식으로 특유의 암울함과 광기를 뮤지컬로 풀어냈을지 여부가 매우 기대되는 바이다. 조커 2의 북미 개봉일 2024년 10월 4일이다.